네덜란드 건축협회 Arcam 건물사진을 표지로 하고 있는 《De Krul 》이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네덜란드 일간지 NRC Handelsblad에 건축, 도시계획, 팝 음악 칼럼을 쓰던 저자 베르나르트 흘스만(Bernard Hulsman)이 '제 3의 피부',  '왜 건축에는 유행이 있나'라고 물으면서 네덜란드의 최근 건축모드를 10가지로 나누어 정리한 책입니다.

각 모드마다 저자가 분석한 경향, 특히 건물의 외관, 외피를 중심으로 한 모드의 배경, 대표적인 건축물과 건축가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네덜란드 건축경향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저자가 뽑은 10가지의 경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네덜란드어를 직역해서 어색한 단어는 한국에서 쓰는 말로 바꾸었고, 사진 역시 인터넷에서 몇 개 임의로 골랐습니다.)








1. 짙은 벽돌

벽돌은 네덜란드 건축의 전통적인 재료입니다. 그 첫째 이유는 석재, 목재를 쉽게 얻을 수 없었던 자연환경때문입니다. 네덜란드가 라인강을 비롯한 여러 강들의 하구에 위치하고 있으니 벽돌을 구울 수 있는 진흙은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였습니다.
네덜란드의 기능주의 건축흐름인 '신 건축(Nieuwe Bouwen)' 운동이 등장하자 콘크리트, 철제와 유리가 사용되었고 제2차세계대전 후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현대적 건축재료가 사용되었지만 1970년대 이후 암스테르담의 신주거단지에는 다시 벽돌이 등장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때문이었을 겁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짙은 색의 벽돌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90년대 후반의 흐름인 '신전통주의'(neotraditionalisme)와 연관이 있습니다.

Brandevoort, Rob Krier en Charles Vandenhove, Helmond

90년대 정부 주도로 건설한 네덜란드의 사회주택은 모던 건축의 경향을 띠다가(이 시기에 건설된 네덜란드 주거단지 가 보면 네덜란드의 '전통주택'과는 좀 거리가 먼 아주 '모던'하면서도 획일적인 주택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근래 민간개발업체에 의해 건설되는 건물들은 다시 벽돌로 돌아가고 있다는거죠...

'신전통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인트호벤 근처의 헬몬드Helmond라는 도시에 새로 개발된 주거단지 '브란데포르트Brandevoort'를 들 수 있습니다.




'짙은 벽돌'건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Piraeus 빌딩. Hans Kollhoff& Christian Rapp, 암스테르담의 KNSM섬




2. 기울어진 파사아드

KPN 빌딩, 렌조 피아노(Renzo Piano), 로테르담

건물이 수직이어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이니까요.
네덜란드에서 이렇게 입면이 기울어진 건축물은 흔합니다.
1930년대에  처음으로 '기울어진 파사아드' 건물이 등장했다고 하는데 기능주의 건축이 유행하던 직후이니, '벽은 직선이어야한다'며 기능만을 중요시하는 것에 대한 반발은 아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렘 콜하스를 필두로 한 해체주의적 경향으로 지금 네덜란드에서는 이렇게 기울어진 파사아드가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UN 스튜디오가 설계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다리 입구의 '스피도' 건물


3. 처마

Amersfoort station, J.A. van Belkum, Amersfoort


전통적인 네덜란드 건물에는 처마가 없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로 처마를 두껍게 또는 돌출시켜 강조하거나 디자인적 요소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4.곡선

Popzaal Mezz, Erick van Egeraat, 브레다

책 제목으로도 쓰인 '크를Krul'은 영어로 'curl'이라는 뜻입니다.
10가지 모드 중 대표로 뽑았네요.

컴퓨터를 사용한 파라메트릭 설계 건축가들에 의해 역시 네덜란드에 자주 보이는 건물 형태로, 건물전체가 이렇게 곡선으로 된 것은 물방울 같다고 해서 Blob이라고 합니다.
사진 속의 건물은 브레다Breda에 있는 콘서트 홀 '메쯔Mezz'입니다.




 

집합주택, Anthony McGuirk, Paleiskwartier,덴보스

아파트의 입면도 이렇게 곡선이네요.









아른헴에 있는 메카노(Mecanoo)가 설계한 야외박물관(Open air museum)

렘 콜하스의 에듀카토리움, 우트레흐트 대학 캠퍼스





5. 이형 창문

Het Oosten, Steven Holl, Amsterdam

20세기 전반부의 암스테르담 학파의 건물들에서 '대칭적이지 않고' 비정형인' 이형창문들이 나타납니다만 , 20세기 후반 들어서 사회주택을 대규모로 건설하다보니 창문은 다시 프리펩에 의한 '정형'으로 돌아갑니다. 기존의 질서에 대한 반대는 늘 있기 마련이라 그간 사회주택을 건설하느라 무지하게 계획된 획일적인 디자인에 반해서 90년대 들어서 건축가들은 창문의 디멘션을 다시 디자인으로 활용합니다. 이런 이형창문의 원조는 르꼬르비제의 롱샹성당이 아닐지.



암스테르담의 아파트 'Whale', Frits van Dongen,




6. 돌출된 새 둥지

Nissan Europe N.V. Headquarters , ZZOP, 암스테르담


                                     새 둥지처럼 건물의 일부분 또는 발코니가 캔틸레버로 돌출된 형태.

Wozoco, MVRDV의 유명한 노인주거용 아파트, 암스테르담


WoZoCo는 WoonZorgComplex라는 말을 줄여서 붙인 이름. 네덜란드의 단독주택은 가파른 계단과 실용적이지 못한 구조로 노약자들이 살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은데, 그래서 혼자 사는 노인들은 일정 시기가 되면 아파트로 주거를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상태에 따라 양로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가기도 하지만,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아파트를 만들어놓고 특정연령 이상만 입주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요. 보통 55세 이상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 아파트도 55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인데, Woon은 'living'이라는 뜻, Zorg는 'care'라는 뜻입니다.  100호가 설계목표인데 89호 밖에 나오지 않아서 13호는 공중에 내단 형태로 설계되었다고 하지요.


7. 기념비적 조형물

Mahler 4 Office Tower, Rafael Vinoly, Amsterdam


8. 게비온

우리나라에서는 옹벽으로 쓰이는 이 돌망태가 네덜란드의 새로 개발된 주거단지에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여덟번째 모드가 되었네요. 네덜란드에는 옹벽을 만들 일은 없으니, 주로 정원에 쓰이는 데, 공간구획이라는 기능과 상관없이 건물의 전면에 쓰이는 경향을 말합니다.

9. 경사로

Chasse Theater, Herman Hertzberger, Breda

건물의 바닥을 경사로로 처리하고 주로 외부에서 보이도록 그 구조를 이렇게 노출시킵니다.

브레다에 있는 헤르만 헤르츠베르허르의 샤세 극장 건물.

Kunsthal, Rem Koolhaas, Rotterdam

경사로를 사용한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렘 콜하스의 쿤스트 할이지요.

















10.단일재료

아인트호벤의 반 아베 미술관(Van Abbe Museum), Abel Ca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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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클라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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