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nck'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3.03 [네덜란드건축]옛 탄광도시의 자랑, 유리궁전
헤이를런Heerlen은 네덜란드 남부 림뷔르흐Limburg 주에서 마스트리히트Maastricht 다음 가는 큰 도시인데, 윌 아레츠Wiel Arets 전시회 보러 처음 가보았다. 기차역에 내려 본 적은 있다. 마스트리히트와 헤이를런은 네덜란드 기차 NS의 남쪽 종점인데, 종점에 닿기 전에 기차는 두 갈래로 나뉘어져 제 갈길을 간다. 마스트리히트에 간다는 것이 닿고 보니 헤이를런이었던 경험으로 배운 것이다. 그런 실수가 아니라면 헤이를런Heerlen에 갈 일은 좀체 없을 듯한 도시다. 어느 도시나 마을이나 한두 가지 볼 거리, 즐길 거리, 할 거리는 있다지만, 헤이를런에는 그 뭔가도 찾기가 좀 힘들다. '유리 궁전' 이라 불리는, 이 도시의 자랑인 건물을 빼면.

 ▲ 헤이를런Heerlen 기차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
인구 22만명이면 네덜란드에서는 꽤 큰 도시인데, 도시의 얼굴이 참 스산하다.

헤이를런Heerlen도 한때는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19세기에는 '동부 탄광 지대'라 불리며 네덜란드 광산업의 중심이었다. 석탄시대는 저물어가고 1970년대에는 탄광이 완전히 문을 닫았는데, 이때 일자리를 잃은 사람만 6만명이었다니, 지역경제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네덜란드 정부는 정부기관 몇 개를 헤이를런Heerlen으로 이전하는 등 힘을 썼지만 아직 지역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근래 들어서는 의료산업을 지역발전 테마로 잡고, 병원을 유치하고 의료서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로얄 극장'. 기차역 바로 앞, 모퉁이에 있는 타원형 건물. 건축가 푸츠(F.P.J.Peutz) 설계, 1937 

석탄 채굴로 흥했다가 퇴락해간 도시는 어떤 문화유산을 남겼을까? 멋진 교회나, 파사아드가 근사한 상인주택이나, 고풍스런 마르크트는 없지만, 헤이를런Heerlen은 '근대 건축물'을 그 유산으로 가지고 있다.
암스테르담이 17세기에서 19세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델프트가 황금시대에서 멈춰져있는 것처럼, 도시는 시간이 지나도 저마다 가장 번성했을 때의 모습에서 숨을 잠시 멈추고 서있다. 지금 헤이를런의 모습은 20세기 초에 형성되었고 거기에서 멈췄다.

거기에는 프리츠 푸츠Frits Peutz라는 건축가가 있는데, 헤이를런에만 10개가 넘는 건축물을 남겼고, 그 건축물들은 네덜란드 초기 모더니즘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었다.





헤이를런의 건축가 푸츠Peutz가 설계한 건축물 가운데 가장 알려진 '유리궁전'을 보러가는 길이다.
네덜란드 여느 도시의 센트럼과 다르게, '근대' 적인 파사아드가 많았다.





▲ 헤이를런의 자랑, '흘라스 팔레이스Glaspaleis(Glass Palace)', 푸츠Peutz  설계, 1935.


'유리궁전'이라는 별칭 말고, 이 건물의 또다른 이름은 스쿵크Schunck 인데, 당시 건축주였던 페터르 스쿵크 Peter Schunck의 이름이다. 원래 이름은 '스쿵크 패션 하우스'.

건축주 Schunck는 헤이를런의 중심에 큰 옷가게(백화점)을 지을 생각으로 유럽의 내노라하는 백화점 건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젊은 건축가 푸츠Peutz에게, '지붕 덮인 시장' 형태의 건축물을 의뢰했고, 푸츠는 벽체를 구조에서 자유롭게 한 유리 외벽건물로 답했다. 프랑스 낭뜨의 'Les Grands Magasins Decré' (1932)를 건축주와 건축가가 함께 보고 왔다고 한다.
건물이 완공되었을 때가 1935년. 이 유리 건물은 얼마나 '모던'했을까? 탄광도시 사람들에게 '혁명'에 가까웠을 것이다. 벽돌로 쌓아올린 벽체와 보로 이루어진 건물이 대부분이던 때, 근대적 재료와 기술로 지어올린 이 백화점은 그래서 '유리궁전'이라 불렸다. 

당시 네덜란드에는 '신 건축 Nieuwe Bouwen' 이라는 흐름이 있었다. 1920년대 즈음 부터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기능주의를 내세우며 발전한 근대건축 흐름이다.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 순수하고 투명한 건축 경향이 젊은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앞다투어 지어졌다.


투명함, 공간감, 가벼움 , 빛, 기능적 구조, 대칭과 반복, 장식성이 배제된 색. 모두 신건축운동(Het Nieuwe Bouwen)의 특징이다.

  

1999년, 국제 건축사 연맹(IUA)에서 고른 '20세기 1000대 근대건축물'에 그 이름을 올리며 평가받기 시작했고 (네덜란드 건축물은 13개) 그제서야 이 건축물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상업시설이었던 건물은 요 쿠넌Jo Coenen윌 아레츠Wiel Arets에 의해 도서관과 현대미술관으로 되살아났다. 네덜란드 국가문화재(rijksmonument).

마침 윌 아레츠Wiel Arets 건축 전시회 <STILLS>가 열리고 있었다.  위트레흐트 대학 도서관 설계로 잘 알려진 윌 아레츠는 헤이를런에서 태어나 에인트호번에서 공부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건축사무소를 연 건축가다.
'한물간' 도시에서 그렇게 시작한 건축사무실은 마스트리히트로, 암스테르담으로, 쮜리히로 뻗어나가, 세계적인 건축가 대열에 올랐다.

윌 아레츠의, 알레시Alessi 디자인



엠마 광장에 면한, 건물 후면


Cafe Peutz.
건물의 용도와 건축주 모두 바뀌었지만, 건물에 처음 주어졌던 이름 Schunck를 그대로 살려 쓰는 것, 그리고 푸츠Peutz의 이름을 카페에 붙여, 건축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Posted by 클라리사~
,